[경향신문] 친아버지 ’12년 몹쓸 짓’ 떨쳐내고..”이젠 남들 도와요”

[경향신문]ㆍ해바라기센터 개소 5주년…성폭행 경험 등 사례 공개
ㆍ연간 피해자 2만여명 이용…치료부터 수사까지 원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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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23)는 구치소에 간 아버지가 눈앞에서 “이리 와, 아빠랑 놀자”라고 말하는 환각을 끊임없이 봤다고 했다. 아버지는 ㄱ씨가 여덟 살이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딸을 성폭행했다.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우리 가족은 함께 살 수 없다”고 협박도 했다. ㄱ씨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깨달았지만 두려움에 누구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2011년, 매일 밤 자신의 모습과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환각과 환청 증세가 나타나고서야 용기를 내서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ㄱ씨의 어머니도 충격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ㄱ씨 모녀가 치유받은 것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에 있는 서울해바라기센터를 통해서였다. ㄱ씨는 3일 서울해바라기센터 개소 5주년을 맞아 “내 경험을 다른 피해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ㄱ씨의 아버지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치료, 수사, 상담, 심리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피해 가족들의 상담과 심리치료, 사후관리 역할도 한다. 전국 36곳에 있는 센터는 모두 병원에서 운영돼 증거 채취와 의료 지원이 용이하다. 2015년 한 해 동안 센터를 이용한 피해자 2만8253명 중 성폭력 피해자가 2만218명(71.6%)으로 가장 많다. 성폭력 피해자 중 ㄱ씨처럼 18세 미만이 8048명(39.8%)이나 된다.

ㄱ씨는 센터에서 연계해준 소아정신과에 입원했고, 가해자 수사 지원도 받았다. ㄱ씨는 아직까지 일주일에 한 번 센터를 찾는다. 상담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센터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한다. 가족상담 프로그램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던 ㄱ씨의 어머니는 친족성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며 다른 피해자 부모들을 돕고 있다.

ㄱ씨 어머니는 “센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믿어줘야 아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피해 아이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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