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P 2: 남도학숙 사건

*VSP는 셰도우 핀즈 활동가들이 짧게 짧게 만들어 그룹 안팎으로 돌려보는 문서(Very Short Paper)입니다. 두 번째 VSP에는, 현재 2014년 4월부터 5년 넘게 진행중인 남도학숙 사건 관련 내용을 담았습니다.

Trace

트레이스: 추적하는 말

by. 테오즈

<1> 남도학숙

-1994년 2월 서울시 동작구에 개관, 2018년 2월 서울시 은평구에 2관 개관.[1]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재학중인, 광주와 전남 지역 출신 학생 8백 60명들이 거주/생활하는 기숙사.[2]

-국민의 세금으로,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며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민사/행정소송에 3천 500만원(*2018년 12월 기준)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또한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졌음에도, 근로복지공단에 이미 승인된 산재에 대해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이례성을 보여주고 있음.[3]

-남도학숙의 원장 W는 노무현 참여정부시절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는, 지역의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명사로, 그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울 사람이 없다’ 라는 평[4]이 나오는 실정.

<2> 피해자 지지모임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피해자지지 광주모임 구성[5]: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회, 전남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센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132개 상담소, 광주녹색당, 광주여성–엄마 민중당, 노동당 광주시당, 정의당 광주시당 여성위원회, 광주청년유니온, 유쾌한 젠더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광주진보연대,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181개 단체와 개인들

<3> 사건 타임라인

2014.4.21 피해자 P 남도학숙 입사 (*입사 첫 달 부터 성희롱 시작됨[6])

2014.9. 피해자 P 성희롱 중단요청을 가해자 K부장에게 최초로 구두 요구[7]

2014.11 피해자 P 남도학숙에 탄원서 제출 및 고충처리위원회에 성희롱 문제제기

2015.1. 피해자 P에 대한 언어 성희롱 발생[8]

2015.5 피해자 P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제기

2015.7 인권위 조사 시작

2015.11 전남도의회 안정행정환경위원회 자리에서 남도학숙 원장 W의 언어적 2차 가해 발생[9]

2016.3.29 인권위 조사 종료 후 결정문 발표 ; P의 제기 내용중 2건이 성희롱으로 인정되었으며, 사측에는 격리조치/가해자 인권교육 실시 가 요구되었음 (*이후 같은 달 말에 가해자 K부장은 직위 해제 되었으며 1개월 감봉 조치 받음)

2016.4.7 남도학숙의 운영 및 관리감독 상위기관인 광주시, 감사 착수(*피해자 P의 부모가 광주시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결과)[10]

2016.4.25 광주시, ‘사측의 불이익 조치’ 없었음을 주요 골자로 감사 결과 발표

2016.9. 피해자 P가 사무실 쓰레기통에 걸려 넘어져 응급실 가는 산업재해(*이하 산재) 발생

2016.12. 가해자 K부장 남도학숙에서 ‘정년퇴직’으로 퇴사

2017.1.2 근로복지공단, 피해자 P의 ‘전신타박상으로 인한 산재요양’ 신청 승인 및 인정

2017.3.31 피해자 P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 1심 시작[11]

2017.7.6 근로복지공단, 피해자 P의 ‘신경정신질환 산재요양’ 승인 및 인정(*이후 남도학숙 측은 재심사 요청을 했으나 이는 당시 기각되었음)

2018.1 피해자 P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 1심 소송 기각

2018.8.21 피해자 P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 2심(항소심) 시작

2018.11. 남도학숙 측,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요양 취소처분 소송 제기(국내 최초 사례[12])

2019.1.29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피해자 지지광주모임’ 출범

Comment

코멘트: 덧붙이는 말

by. 제로섬

*아래의 두 가지 코멘트는 제로섬이 노동법 상담사 활동이력과 직장내 성희롱/괴롭힘 피해당사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링크 함께보기

남도학숙 사건 2심 4차 공판 방청기: 모니터링

http://shadowpins.dothome.co.kr/?p=1002

<1> 법적 증거로서의 녹음 파일

-대화참여자가 상대방의 고지 없이 녹취를 했어도 그 녹취록은 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불법인 경우는 대화참여자가 본인이 아닌 상황에서 타인의 대화를 녹취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녹취록은 주요 증거로서의 역할은 어려우나 맥락적 증거로, 사진과 같은 물적증거에 대한 근거로써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남도학숙 사건의 경우 피해자 P가 ‘자신을 방어하려고’ 증인 G와 자신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며, 상식 밖의 행동도 아니며[13], ‘하극상’도 아닙니다[14]. 피해자 P가 ’인성이 불량한 여자’여서 직원들의 녹음을 따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15] 남도학숙 내 조력/지지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한 피해자 P로서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 일 뿐입니다.

<2> 인권위 제출용 사실확인서

-‘사실’은 실제로 이루어진 일이나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합니다. 같은 정보라 할지라도 사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찰행위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관찰행위에 의해 확립되는 객관과 대상을 사실로 인정하게 됩니다.

-‘사실확인서’는 회사 내의 업무나 기타 상황에서 문제 시 되는 사례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려 적은 것을 말합니다. 사실확인서에는 당사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사실 내용, 별첨 서류 목록 등을 기재합니다.

-사실확인서는 문서화된 증언이고 가해자/피해자 측 모두 조사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신빙성 높고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음에도, 이번 남도학숙 2심 4차공판에서 증인 G는 이를 번복했습니다. 이것은 녹취록 내용을 수차례 번복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위험하며, 법정에서 선서를 한 사람이 지켜야할 의무를 저버린 일입니다. 위증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Speak

스피크: 꺼내는 말

by. 테오즈

->링크 함께보기

남도학숙 사건 2심 4차 공판 방청기: 모니터링

http://shadowpins.dothome.co.kr/?p=1002

현대사회의 권력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지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무엇을 대가로 권력을 따르기로 결정했을까요. (이 결정이 과연 자율이고 선택이었는지 부터도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따르는 편이 ‘더 낫다‘라는 계산 정도는 누구나 하며 삽니다.)

힘있고 명망 높은 사람들의 권역으로 순순이 흡수되기를 자처하면, 돈 / 거짓 평화 / 평범성 / 당장의 안위 유지같은 것들이 뒤따라 올 거라는 계산을, 4차공판의 증인 G는 어느 정도로 절박하게 해야만 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혹시 너무 중요한 걸 덮어놓고 스스로와 자신의 여성 직장 동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방향으로 가려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없을 때는 항상 내가 앉았었어 그걸 원하니까

라는 녹취 기록과 이어지는 변호인의,

과거에는 K부장이 원고가 아니라 증인을 불러 술을 먹였다는 취지의 내용인가?

라는 질문에서, 재판을 보는 이들은 증인이 피해자의 사건보다 일찌감치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었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증인 G는

사실과 다르다. 회사에서는 술 자리에서 스스로 앉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권유로 앉기도 한다. 강압적으로 앉으라 하지 않는다.

라는 말로 그 가능성을 없는 일로 폐기하고 있고, 강압이 없었으니 피해도 없었다는 식의 논지만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본인의 음성으로 만들어진 명확한 녹취록 앞에서 수없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던 태도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공백상태로 만들며 제대로 된 답변은 회피하는, 증인 G의 흐릿한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공포’였습니다. 이 재판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공포였고, 폭력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너무도 친숙한 패턴의 여성혐오였습니다.

별종 / 모나고 드센 여자 / 유난 떠는 여자 / 예민한 여자 / 다수와 다른 단독적 의견을 가진 여자 / 투덜대는 여자 / 아는게 너무 많은 여자 / 말 잘하는 여자 / 피곤한 여자 / 남의 일에 오지랖 떠는 여자 / 지만 잘난 여자 /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 등, 자신이 당한 폭력의 이름과 실체를 정확히 알고 정당한 항의와 대응을 하는 여성에게 찍히는 낙인의 리스트는 끝도 없습니다. 증인 G는 마치 그 오명들을,

하여간 특이하다

라는 평이한 말 뒤에 숨어, 피해자 P에게 붙이고, 자신은 그런 여자의 꼴만은 되지 않고, 그런 신세를 모면하기 위해서 뭐든지 극단적으로 조심하고 입 다물기로 작정하고 나온 사람 같았습니다. 증인 G는 그렇다면 원래 말수가 적고 이 사건에 대해 아는게 없어 딱히 할 말이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6년 4월 7일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있었던 광주시의 남도학숙 감사 때도 영양사인 G는 증언으로서 감사과정에 영향을 준 바 있습니다.[16] G는 진작부터 증인으로 지목되던 사람이었고, 피해자 P가 남도학숙 근무시 유일하게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직장동료였습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피해자 P 다음으로, 가장 잘 말 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 법정에서 엉뚱한 말만 늘어놓고 간 것입니다.

2심 재판부는 어째서 G가 이토록 작위적인 진술 번복과 기억 부정을 하고 있는지, 남도학숙과 지역 유명인사인 원장 W에 대해 어떤 공포를 갖고 있는지,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고압적인 태도로 증인의 진술을 앞질러 요약하고, 늘어지는 재판 속도에 대해 채근하는 것 보다, 제대로 된 증언이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 원인을 은폐 시킨 ‘피고 남도학숙’ 관련자들의 힘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파악해야 합니다. 피해자 P와 증인 G는 일개 말단 직원이고, 지역사회에서도 무명인 반면 남도학숙은 과연 어떻습니까. 만들어진지 20년이 넘은 정부지원을 받는 단체입니다. 사건이 진행중인 와중에도 티끌만큼의 타격도 입지 않았으며, 소송 진행중인 2018년 2월에도 은평구에 2호점을 내어 사업을 확장하였고, 원장 W는 왕년에 청와대에서 일한 적이 있는 지역사회 명사입니다. 가해자 K부장은 인권위 결정문 발표 직후 해고된 것도 아니며, 몇달이나 지나 ‘정년퇴직’으로 명예롭게 회사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P는 숱한 괴롭힘 끝에 5년여의 시간 동안 몸과 마음에 병을 얻고, 그에 합당한 보상도 받지 못했으나, 많은 것을 잃어가면서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견을 아직까지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증인 G가 느꼈을 공포와 그로 인해 명료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이 된 진술은, 이 ‘격차’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나서서 바른 말을 해봤자 손해만 볼 것이라는 계산을, 힘없는 사람을 도와봤자 끌려들어가 같이 피해본다라는 계산을 G는 한 것입니다. 재판부, 그 격차를 비교하고, G가 느꼈을 합리적 공포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집중할 것입니다. 피해자 P의 경험이 직장내 성희롱을 겪는 여성의 집단적 경험 중 하나임을, P의 목소리와 P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은 유난떠는게 아님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장학’이라는 사회적 공익성과 가치가 있는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단체가 한 여성의 인생을 위험하게 만들었으며, 심지어 국가의 결정인 ‘산업재해 승인’에도 불복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나쁜 선례가 남지 않도록 저지선을 만들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약자인 P의 편에 설 수 있도록, 싸우고자 하는 P에게 피고집단 ‘남도학숙’을 상대할 만한 에너지와 지지기반이 생길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데 저희도 동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