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지음,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 – 보통의 경험, 이매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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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리더십
피해자 ‘이미지’를 넘어서
어느 방송사에서 성폭력 관련 취재를 하러 상담소를 방문했습니다. 기자는 텔레비전 뉴스이기 때문에 배경으로 뭔가 그럴듯한 ‘그림’이 필요하다며 상담원에게 저 구석에서 웅크리고 우는 장면을 연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한 경찰서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의 감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형사가 피해자에게 ‘얼굴이 알려지면 부끄러울테니 짐을 쌓아둔 비상구로 몰래나가라’며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어린이 성폭력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앞으로 어떻게 사냐, 여자로는 끝난건데’, ‘불쌍하다, 걱정된다’는 글이 줄을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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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피해자’를 고정된 이미지밖으로 나오게하려고 합니다. 이미 일상 속에서 당신과 내가 겪고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터놓고 이야기해보려합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성폭력을 대면하고 또 성폭력에 대응하는것도 그렇게 어려운일만은 아닐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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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해, 화가 나고 아파도 속으로만 꾹꾹 참는 사람이 많습니다.?순종, 희생, 배려 등 여성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때로 제대로 하내고 인정받고 사과를 받는 것을 가로막습니다.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히다 보면, 좌절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뻥 터져버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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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는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라는 의지가 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분노를 통해 가해자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인간적인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