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충남도지사 강제추행등 사건 제5회 공판기일 모니터링+관련 발언

_작성자: 제로섬

안녕하세요 제로섬입니다. 지난 7월 11일 안희정 공판은 피의자 증인4인 신문이었기 때문에 강도높은 2차피해가 발생할 것 이라고 예상하고 방청에 참여했지만 상상이상으로 증인들의 태도가 심각했습니다.

 

#2차가해
이전 공판에서도 전적이 있기 때문에 재판 시작전에 판사쪽에서 오늘은 공개재판이므로 지난번과 같은 2차피해가 없도록 하자는 권고가 있어서 어느 정도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이 사람들은 2차피해가 어떤 것인지 인지 자체가 부족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연한 직장 내 성희롱
증인들은 피해자에 대해 논지와는 관련이 없는 외모나 평소 행실 등을 문제 삼았고 심지어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행비서로서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게을러 보인다 라는 평가를 피해자에게도 자주 했었던 것 같습니다. ‘립스틱’ 발언이 재판 내내 계속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런 것 자체도 직장 내 성희롱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았는데 증인들은 하나같이 지사님은 우리에게 잘해주셨다. 업무공간에서는 모두 수평적인 관계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모든 증인들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했고 그 사실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단지 사과를 요청하기 때문에 사과를 한것이었죠. 심지어 수행비서 후임이었던 증인은 자신의 선임이었던 피해자를 걔, 그 친구등으로 낮춰 부르고 가해자는 도지사님 우리도지사님으로 지칭하여 피해자의 위계가 제일 낮은 것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여성-검사에 대한 무례한 태도
증인들중 한명은 여성검사와 남성판사,남성 변호사에 대한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남성판사와 변호사가 질의를 할때는 정면을 바라보고 대답을 성의껏 했으나(원래 이게 원칙입니다.) 여성 검사가 질의를 할때는 잘 안 들린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답도 건성 건성했고 얼굴을 위로 들고 내리까는 듯한 태도로 임했습니다. 젊은 여성검사였기 때문인지 자신보다 위계가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언론의 피해자 낙인찍기
언론의 피해자 낙인 찍기에 대해서는 원래부터도 의심하는 부분이 컷지만 재판을 보고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의 피해자인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고 7월 11일 나온 피고측 증인외에 다른 직장 동료나 상사로부터도 성희롱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_작성자: 테오즈

안녕하세요, 테오즈입니다. 저는 7월 11일 5차 공판 때는 회사에 있느라 참석하지 못했으나, 제로섬+리사와 실시간으로 슬랙채널에서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두 분은 매우 격앙된 상태였고, 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제로섬+리사로부터 받은 모니터링 자료와 목격증언들, 그 전후에 나온 기사들을 토대로 안희정 전 도지사가 행사한 무형의 위력 입증을 지지하고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도록,  힘을 보태기 위해서 발언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관점은 2가지입니다.

 

# 부드러운, 위력(威力)/그루밍(Grooming)/마초이즘(Machoism)

저는 피고인 안희정씨가 행사한 위력은, 최근까지 드러난 여타의 직장내/업계내 미투 지목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위협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치 그 책임의 범위에서 피고인만큼은 예외로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식의 ‘착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 위력은 어딘가 부드러운 제스쳐로 폭력성을 가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겉만 봤을 때 그간 피고인은 여성들에게 그다지 위협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고도 생각합니다. ‘충남 엑소’라는 별명이 있었을 만큼 인기를 끌었던 정치인이었고, 수행비서라는 직위에 극히 예외적으로 나이 어린 여성인 피해자분을 발탁했다는 것만으로 쉽게 박수받기 좋을만한 위치의 사회적 명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외적인 모습이외에 내부적으로 자신의 부하 직원들, 하급자들한테 “담배”나 “맥주”의 단어 한 두마디만으로 모든 지시를 내리고, 캠프내 자행되던 ‘불필요한 스킨십’을 별달리 나서서 제지하지는 않는 온건한 권력자의 모습도 있었지 않습니까.

직장내 최상급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기색만으로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엎드리는 태도를 취하게 하고, 기분에 따라 내키는대로 행동해도 수습해주는 누군가들에 의해 일 진행은 어찌됬든 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하는 힘, 그 작동방식을 많은 직장인과 여성들은 알고 있습니다. 업계내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크고작은 굴종을 일상적으로 합니다. 이 행동은 장애가 있어서,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저 대화 안되고 피곤한 일까지 눈치껏 해줘야 하는 꼰대 상사들을 만났을 때 하게되는 행동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굴종의 체크 리스트를 붙들고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자분을 포함한 경선캠프내 모든 직원은 피고인이 만든 권력의 자기장 영향권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현 재판부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은 그 안에서 2중 이상의 억압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인 것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하지 않는 걱정을 떠안고 사는 이 사회의 2등 시민이며, 자신의 의견을 밖으로 꺼내는 데 있어 타인의 시선과 평가부터 먼저 의식하도록 사회로부터 학습받았습니다. 인내와 침묵이 여성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이자 책무라고 배워왔습니다. 피해자분이 사건을 공론화하는데 있어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던 것은 이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분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인은 미투언급 직후 사과를 몇마디 하더니 4번째 성폭력을 연이어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미투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제발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을 자기 입으로 직접 하지도못하는 인간이셨을까요? 그런건 차마 우아한 위력의 방식이 될수 없었던 것일까요? 한국의 사법부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당의 법규와 권력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적 행동을 보이는 인사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꾸준히 있어야 합니다.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었던 시대는 완전히 끝이 났음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피고인에게는 한 때 ‘차차기 대선후보’라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직장내 권력형 성폭력 혐의를 받고있는 남성이 한 국가의 수장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미래가 현실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여성인 저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특히 당내 나이어린 여성 당원들, 당직자들, 그외 모든 실무자들을 보호하고 여자라서 부당한 일을 참아야하지 않도록, 공정한 노동조건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국회는 여성의원들도 남성 수행비서를 쓸 만큼, 극단적인 남초사회이니까요.

 
# 강간(強姦)의 기억을 가리는 화간(和姦) 서사

성폭력 사건의경우 대다수 물리적 증거와 기록이 부족한데 비해, 한국의 사법부는 피해당사자의 증언이나 목격자의 증언에 대해서 참조할 뿐, 최협의설이라는 괴이한 논리체계를 만들어 이 틀의 조건에 충족하지않는 진술은 힘있는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종합적인 맥락을 판단하고 약자의 서사를 읽어내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고장난  라디오처럼 피해자에게 몇가지 틀에 맞춰진 질문만 반복하고 있단 얘기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끊임없이 절대다수의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 집단을 양산해내고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합니다.  여기서 한번더 괴이한 것은, 언론들의 가짜서사 대량생산에 있습니다. 대다수의 언론은 이 모든 것을 현실감 없는 선정적 이야기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들이 만든 가짜서사속에서 피해자는 어딘가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 믿을 수 없는 여자이고, 그 모든 행동은 사회통념상 이해받기 어려운 사랑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식입니다.

캐나다 등의 해외사례에서는 물적증거가 없을때 철저히 논리적으로 사건의맥락과 진술의 일관성을 따져 ‘합의된 관계’의 존재 유무를 판별하지, 그 여성에게 피해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없는지를 물으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가해자가 무리하게 피해자를 비난하려다 일관성이 엎어져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모두가 인지해야할 약자의 서사를 읽어내는 눈을 가진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다수 한국 언론에게는 그 눈이 없기 때문에 강자의 편에 서서 오히려 약자의 서사를 짓누르고 힐난하는강자의 서사, 즉 남성의 서사로 사건을 끌어가려고 합니다.

*피해자분이 겪은 ‘강간’을 ‘화간’으로 윤색하는데 동조하거나,  때로는 혈안이 되있기까지 한 기사들입니다. 클릭할 가치가 없습니다.

 

자극적기사

 

*피고인이 평소 경선캠프에서 행사한 무형의위력을 힘있게 뒷받침할 증언, 사례를 소개한 기사 리스트입니다.

 

> 김진아, “”끌어안고 노래·춤 강요”…안희정 경선캠프도 성추행 있었다: “선배에게 머리·뺨 맞기도 安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아” , 피해자 김지은씨에 ‘위드유’ , “2차 가해 막아 달라” 호소도”, 『서울신문』, 2018.3.8 

> 이윤화, “김지은씨, 안희정과 해외 출장때 힘들다 했다” 증언”, 『이데일리』, 2018.7.9 

> 조한대, “김지은, 정신과 치료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어해”…안희정 공판서 金동료 증언”, 『중앙일보』, 2018.7.9 

> 채승기, “안희정은 왕,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김지은씨 동료 증언”,  『JTBC』, 2018.7.10 

 

이런 기사들은 주로 사건 공론화 초기에 많이 나왔으나, JTBC만 해도 최근에는 “후임 수행비서, 부인도 증인으로…’미투’ 안희정, 반격 나서나” 같은 헤드라인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반격’은 부적절한 단어 사용입니다. 마치 부인이 남편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존재인양, 이 사건을 부인과 피해자 사이에 벌어지는 치정극처럼 연출할 위험이 있습니다.)

무형의 위력에 대해서 더 풍부한 사회적 논의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자극과 선정성, 폭력성이 약한 위력의 원리도 많이 다뤄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가장 잘 분석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 뿐 아니라, 여성단체 안팎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의 말들도 더 많이 실어주셔야 합니다.

 

 

_작성자: 담별

안녕하세요, 담별입니다. 지난 4월 12일, 학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피해와 생계 사이, 직장 내 성폭력을 말하다’행사에 다녀왔었습니다. 이날 네 번째 순서로 국회 여성정책연구회 대표 이보라님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첫 국회 미투

국회 미투가 처음으로 터져나온 것은 3월 5일 국회 홈페이지 ‘소통마당-국민제안’ 게시판이었습니다. 이날 이보라님이 밝히셨던 바에 의하면 이 게시판은 조회수가 한 자리를 넘기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국회 보좌관들은 기사를 직접 생산해내는 사람들이고, 생산단계에서 여러 가지를 기획할 만한 수단 또한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보는 사람조차 없는 게시판에 폭로를 한 것입니다.

 

#한 사람에게 좌우되는 불안한 임직과 면직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수가 몇 명인지 배정될 뿐,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나 의무에 대한 사항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또한 임직과 면직의 권한이 국회의원 한 명에게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하루아침에 면직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며, 임직과 면직에 대해서 감시하거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전무하다고 합니다.

 

#압도적인 남초집단

또한 여성 의원비율은 16대 국회의 5.6%에서 현 20대 국회에서는 17%까지 늘어났지만, 여성보좌관 비율은 여전히 6.7%에 불과합니다. 이는 국회가 얼마나 극심한 남초집단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미투 이후 국회내에서는 남성의원들이 여성이 함께 있는 모임들을 취소하는 등의 펜스룰 또한 성행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심한 남초집단인 국회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어떤 기구조차 없었던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자신의 직위를 건 폭로 뿐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비단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계 전반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계의 여성들이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피해와 생계 사이, 직장 내 성폭력을 말하다’ 자료집 – 한국성폭력상담소

 

#국회 미투 이후

그러나 첫 국회 미투 이후, 국회 사무처가 준비한 인권센터는 자한당과 바른미래당이 예산을 들여 새로 인력을 뽑는데 반대하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안건이 상정되지도 못 하였습니다. 국회인권센터 설립이 중단되고 그 대신, 국회사무처는 인사과에서 근무할 성폭력 성희롱 고충처리를 담당할 전문임기제공무원 1명을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투 지우는 국회…성폭력센터도 무산, 법안도 처리난망 

>‘국회인권센터’ 설립 대신 ‘성폭력 상담 전문가’ 1명 채용?

 

국회는 단순히 고충처리를 담당할 전문가를 뽑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계획대로 인권센터를 설립하여, 정치계 내 성폭력에서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공식기구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피고인 안희정 사건을 비롯한 모든 정치계 내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을 향해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